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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첫 직장은 뉴욕 공공도서관이 구해줬다 ▶ 도서관2.0와 웃는 이야기


도서관 2.0 시대

구희령<healing@joongang.co.kr>| 제96호 | 20090111 입력
 
언제부터인가 도서관은 ‘독서실’로 전락했습니다. 책 읽는 공간은 한산하지만 ‘시험공부할 수 있는 자리’는 입시생과 취업준비생으로 늘 만원입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도서관의 기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지금 세계의 도서관들은 나날이 진화해 가고 있습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의 도서관을 소개합니다.
 
“도서관은 문헌과 자료가 있는 공간 그 이상의 것입니다. 보다 큰 세상을 향한 창(窓)이며, 인류의 역사를 한 걸음 나아가게 하는 보다 원대한 생각을 언제나 찾아낼 수 있는 곳입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도서관 예찬이다. 미국 의회도서관의 디애나 B 마르쿰 부관장은 “오바마는 도서관의 열렬한 지지자”라고 말했다. 오바마와 도서관은 각별한 인연이 있다. 그의 첫 직장을 찾아준 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컬럼비아대를 졸업한 오바마는 지역 단체에서 일하고 싶었다. 뉴욕 공공도서관 미드 맨해튼 분관에는 큰 규모의 직업정보센터가 있다. 시인들의 취업 정보까지 갖추고 있을 정도로 전문적이다. 이곳 사서가 소개해 준 단체들에 전부 편지를 보낸 끝에 오바마는 시카고의 지역 단체에 취직하게 됐다. 오바마는 “도서관이 아니었다면 내가 시카고와 인연을 맺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책이 있는 공간’을 뛰어넘어 대중과 함께 호흡하는 도서관은 세계적 추세다. 뉴욕 공공도서관은 미래의 독자인 청소년들을 위한 행사를 열기 위해 휴관을 하는가 하면 아름다운 건물을 활용해 결혼식 장소로 대여하기도 한다. 세계적 건축가 쿨 램하스가 설계한 시애틀 공공도서관은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한다. 완전 개방형의 ‘열린 공간’으로 아동용 게임기까지 비치해 놓은 시민들의 놀이터다. 일본에는 만화·음식 등 대중의 관심사와 맞닿은 전문 도서관이 있고, 프랑스 도서관에서는 음악회·전시회가 대중의 눈길을 끌어당긴다.

단순 지식 창고를 탈피해 새롭게 진화해 가는 도서관의 모습은 새로운 영역을 확장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정보 홍수 시대에 믿을 만한 정보를 가려 주는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인터넷을 열면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과연 도서관이 유용하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노우진 국회도서관 과장은 “부정확한 정보가 넘쳐나기 때문에 오히려 도서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노 과장은 미국·유럽의 도서관에 보편화된 ‘사서에게 물어보세요(Ask librarian)’ 제도를 예로 들었다. “인터넷에 질문을 올리면 네티즌이 답을 하는 한국의 지식 검색 프로그램처럼 인터넷으로 도서관에 질문하면 사서가 검증된 정보를 답해 주는 겁니다. 24시간 내내 언제든지 질문과 답변이 오가니 편리하고 지식 검색처럼 부정확한 정보에 대한 우려도 없고요.”

도서관의 ‘디지털 진화’는 인터넷 정보의 옥석을 가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프라인 도서관의 영역을 뛰어넘는 ‘전자도서관’이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과 컴퓨터가 일상화된 시대 환경에 맞추기 위해 도서관의 보유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은 꾸준히 진행됐다. 세계의 도서관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애초부터 디지털화된 정보를 수집·보존하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순간순간 명멸하는 인터넷 정보를 영구적으로 자료화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국회도서관 간사이(關西) 분관의 와나카 미키오 관장은 “한·일 월드컵 당시 개설됐던 관련 사이트들이 지금은 모두 웹상에서 소멸됐지만 일본어 사이트는 모두 보존해 놓았다”고 말했다. 한국 국회도서관도 18대 의원 299명의 홈페이지를 시작으로 디지털 자료 보존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인터넷 시대가 도서관의 존재를 위협하리란 우려가 존재하지만 세계의 도서관들은 오히려 그들끼리의 네트워크를 통해 존재를 확장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법률 도서관인 미국 의회도서관 부속 법률 도서관은 ‘GLIN’이란 세계 법률 네트워크 DB를 만들었다.

이 사이트에서는 51개국 17만 건의 법률 자료를 한국어·아랍어 등 14개 언어로 제공한다. 제니스 하이드 미국 법률도서관 과장은 “해당 국가의 법조문과 입법 기록, 법률 논평 등을 원문 그대로 볼 수 있고 번역 서비스도 동시에 제공된다”며 “가맹국의 네트워크를 통해 공식 자료를 입수하기 때문에 신뢰도와 출처가 불분명한 인터넷 자료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도서관은 기존 자료를 수집하는 것을 넘어 정보를 생산하는 주체로 진화했다. 기존 자료를 검증한 뒤 재가공해 보고서나 책자 형태의 새로운 자료로 내놓는 것이다. 도서관의 재가공 도서는 ‘팩트북(factbook)’ 형태가 많다.

국내에서도 최근 도서관이 펴낸 첫 팩트북이 나왔다. 국회도서관은 오바마 당선 1주일 만에 오바마의 성장 배경과 정책을 담은 팩트북 '오바마 한눈에 보기'를 펴냈다. 의원들의 호응으로 초판이 금세 소진돼 2쇄를 찍었다. 유종필 국회도서관장은 “우리나라 역대 영부인에 관한 팩트북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근대 이후의 도서관은 정보를 얻기 어려운 일반인에게도 평등하게 지식을 제공하기 위한 방편으로 생겨났다. 국회도서관의 이용 제한이 대학원생 이상에서 만 20세 이상으로, 다시 만 18세 이상으로 계속 문턱을 낮춘 것도 민주화 역사와 큰 흐름을 같이했다. 세계의 도서관에는 모두 이러한 평등의 정신이 흐른다.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도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동네 도서관이었다”며 그가 중퇴한 하버드대에서보다 도서관에서 더욱 많은 것을 배웠다고 했다.

문턱을 낮춰 대중과 최대한 호흡하는 동시에 소수를 위한 서비스도 병행한다. '연구도서관'이 좋은 예다. 이곳은 전문 연구자들만 이용할 수 있으며 자료를 보며 연구할 수 있는 공간과 서비스가 제공된다. 희귀한 자료를 볼 수 있는 특권도 있다. 국내에는 아직 이러한 연구도서관이 없다.

장애우를 위한 도서 서비스도 같은 맥락이다. 점자책이나 음성책은 개발비가 많이 드는 데 비해 수요가 적기 때문에 도서관이 아닌 민간에서 개발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미국 의회도서관 부속 장애인 도서관의 프랭크 쿠르트 실크 관장은 “시장에 맡기지 않고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개발한다”며 “최근 500만 달러를 들여 새로운 형태의 음성책을 개발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와 스칸디나비아 3국에서도 장애인 공공도서관이 잘 운영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07년 국립 장애인도서관 지원센터가 설립됐다.  종이와 디지털, 오프라인과 온라인, 대중과 소수를 아우르며 도서관은 ‘21세기 신(新) 정보 주체’로 진화하고 있다.
 

미술.음악과 우연히 마주치는 즐거움

문화공간형 프랑스 도서관

파리=전진배 특파원 allonsy@joongang.co.kr | 제96호 | 20090111 입력
프랑스 도서관은 독특한 건축 양식으로 유명하다. ①프랑수아 미테랑 도서관 전경. 네 귀퉁이에 책을 세워 놓은 듯한 건물 배치가 특징이다. ②퐁피두 센터 도서관. 건물 골격만 세워져 있는 듯한 외관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③미테랑 도서관 내부. 현대식 시설에 색상과 디자인도 첨단이다. ④ 미테랑 도서관 지하에 있는 자동 자료통제소. 레일에 걸려 있는 통을 이용해 자료를 운반한다.
둥글게 생긴 파리의 외곽을 둘러싸고 있는 페리페리크(외곽순환로)를 따라 센강 동쪽을 돌다 보면 특이하게 생긴 건축물을 만난다. 책을 펴 울타리처럼 세워 놓은 네 동의 건물이다. 프랑스에서 자주 만나기 힘든 이 고층 현대식 건물이 프랑수아 미테랑 국립도서관이다. 프랑스에는 모두 6개의 국립도서관이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미테랑 도서관은 미테랑 대통령 집권 당시인 1990년 착공했다. 당시 대통령 특별보좌관이었던 자크 아탈리의 건의에 따라 프랑스에서는 처음으로 모든 도서관의 기능을 전산화한 곳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프랑스에서는 컴퓨터로 책 목록을 검색할 수 없었다. 책 제목이 쓰인 색인을 사서가 일일이 확인해야만 꺼내 볼 수 있었다.

미테랑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루브르 박물관 내부에 피라미드관, 파리 외곽 라데팡스의 새 개선문(Grand arche) 등 건축 공사를 많이 해 ‘대역사(大役事)의 대통령’으로 불렸다. 미테랑 도서관 역시 국립도서관 전산화와 함께 건축에 상당한 신경을 쓴 건물이다. 7.5㏊의 땅에 세워진 22층짜리 네 동 건물은 연면적이 36만5178㎡에 달한다. 네 개의 도서관 건물 중앙에는 1㏊ 규모의 소나무 숲을 조성해 놓았다. 자연 속에서 책을 읽는 느낌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게 도서관 측의 설명이다.

미테랑 도서관, 외관부터 파격
내부는 높은 천장과 널찍한 공간 때문에 국제공항처럼 웅장한 느낌이다. 동관과 서관에 각각 큰 출입문이 있다. 이곳으로 들어서면 1000㎡가 넘는 대형 로비를 만난다. 편안해 보이는 연노란색 의자가 있는데 로비뿐 아니라 열람실에 가도 모두 똑같은 색, 똑같은 디자인의 의자가 놓여 있다. 이 도서관의 가장 큰 특징은 도서관과 문화공간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는 점이다. 도서관 문화홍보 담당인 오렐리 귀예르는 “미테랑 도서관은 설립 당시부터 대형 문화공간이란 개념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열람자들이 각종 문화행사에 늘 자연스럽게 접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문화공간의 시작은 도서관 동관 매표소 옆에 있는 조그만 전시실이다. 이곳에서는 프랑스의 역사와 관련한 작품과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현재는 지난해 100세를 맞은 철학자 레비 스트로스가 젊은 시절 사용했던 타자기와 그의 육필 원고 등을 전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프랑스의 유럽연합(EU) 의장국을 축하하는 뜻에서 EU 27개국에서 자국의 역사를 소개한 유물을 받아 차례로 전시하기도 했다.

도서관 동관에서 서관으로 이어지는 200여m의 긴 복도는 늘 작은 갤러리로 꾸며진다. 커다란 벽을 나무로 입혀 놓았는데 그 위에 대형 작품을 줄지어 걸어 놓았다. 항상 똑같지 않고 보통 3개월 단위로 바뀐다. 도서관의 문화 담당 디렉터가 각 부문의 추천을 받아 수준 높은 작품만 엄선한다.

지금은 ‘젊은 사진작가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이 밖에 실내에 마련된 전시장에서는 어린이 도서전 등이 열리고 있다. 동관에서 두 개의 철문을 거쳐 나가면 오디토리엄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각종 클래식 공연이 열린다. 입장료가 없기 때문에 책을 보러 왔던 사람들이 뜻밖의 보너스까지 얻는 셈이다. 종종 학술 세미나도 열린다. 문화부 장관과 교수 등이 오는데 도서관에 책 보러 온 젊은이들과 즉석 토론을 하기도 한다.

미테랑 도서관에는 하루 3200여 명이 방문하는데, 1600석의 좌석이 있기 때문에 늘 여유가 있다. 주목할 점은 층별로 일반 열람석과 함께 박사 과정 이수자에 한해서만 개방하는 열람실이 따로 있다는 점이다. 전문 연구인력이 개인 도서관처럼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당초 취지에 따른 것이다. 박사 과정 이수자는 이곳에 와서 열람 카드를 만들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박사 과정 학생 열람실은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되기 때문에 더욱 조용하다.

미테랑 도서관에는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문화공간이란 당초 설립 취지에 맞게 도서·기술·홍보 등 55개 직종의 전문가 2000여 명이 근무 중이다. 도서관 지하의 자료 통제실은 최첨단 미테랑 도서관만의 자랑이다. 도서관 직원들이 필요한 자료를 주문하면 각 층으로 해당 자료를 공급하는 곳이다. 도서관 전체에 총 8㎞의 기차 레일처럼 생긴 길이 나 있어 그 레일에 자료를 실어 보낸다. 자료 주문자가 자신의 위치를 코드로 입력하면 자동으로 전달된다.

젊은 문화의 상징 퐁피두 도서관
파리 시내 한복판인 1구에는 퐁피두 센터 도서관이 있다. 입장료 없이 들어갈 수 있는 이 도서관은 조르주 퐁피두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시장과 집창촌 등이 있던 지역을 재개발해 만든 곳이다. 퐁피두 센터는 특이한 모양 때문에 관광객에게도 큰 인기를 모은다. 건물 내부에 있어야 할 철골 구조물과 계단·에스컬레이터 등을 밖으로 꺼내 놓았기 때문이다. 언뜻 보면 항상 공사 중인 건물처럼 보인다.

1980년대 소피 마르소 주연의 영화 ‘유 콜 잇 러브’에서 마르소가 논문을 준비하기 위해 자주 들렀던 곳으로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미테랑 도서관은 도심에서 다소 떨어져 있고 주로 박사 과정을 밟는 학생들에게 개방되는 등의 조건 때문에 일반 대학생은 시내 대학 도서관과 퐁피두 도서관을 즐겨 찾는 편이다.

이곳에도 극장과 갤러리·공연장 등이 마련돼 있는데 공연 내용이나 분위기는 미테랑 도서관에 비해 한층 젊은 느낌이다. 퐁피두 센터 앞 광장에서는 매일 마임이나 퍼포먼스 등 즉석 공연이 펼쳐지고 주변 거리 역시 우리나라 대학로나 강남역쯤에 해당하는 ‘레알 지구’여서 젊은이들로 항상 북적인다.
 

세계 책 시장의 중심, 프랑크푸르트

지방분권형 독일 도서관

윤창희<theplay@joongang.co.kr> | 제96호 | 20090111 입력
 
①베를린자유대학 언어학도서관 내부. 각 층의 곡선을 기하학적으로 처리해 영화 ‘스타트렉’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하다. ②베를린 주립도서관 전경. 장서 규모와 수준이 웬만한 국립 도서관 못지않다.
독일의 국가 도서관은 중앙집권형인 영국이나 프랑스와는 달리 지방분권의 전통이 강한 나라답게 지역별로 균형 있게 발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즉 영국·프랑스처럼 중앙관을 구심체로 해서 지역관이나 분관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이 아니라 라이프치히·프랑크푸르트·베를린에 위치한 세 개의 국가 도서관이 지역 거점 도서관 역할을 맡는 ‘분권형’ 체제라 할 수 있다.

이들 도서관은 모두 특색이 있다. 중앙관격인 프랑크푸르트 도서관은 1913년 이후의 국내 출판물과 독일어로 출판된 모든 자료의 수집·정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다. 독일의 출판사는 출간하는 책 2권을 자비로 이곳에 납본해야 한다. 이 도서관은 국가 차원에서 실시하고 있는 전자 도서관 프로젝트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97년 별도의 멀티미디어 열람관을 지어 각종 디지털 자료를 제공하고 있다.

1912년 설립된 라이프치히 도서관은 최고(最古)의 전통과 함께 3개 국가 도서관 중 가장 많은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2008년 기준으로 1430만 권을 소장하고 있다. 3개 국가 도서관 총자료(2410만 점)의 60%에 달한다. 통일 전에는 옛 동독의 납본 도서관과 국가 인쇄출판센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베를린 도서관은 독일 음악 아카이브(German Music Archives)로 불리며 독일 내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음악자료(악보·음반 등)의 국가 보존소 역할을 맡고 있다. 독일에 있는 음악자료 출판사와 음반 제작자는 생산하는 각종 음악 자료 2부를 이곳에 납본할 의무가 있다.

독일 도서관의 경쟁력은 단순히 건물이나 장서수 등 하드웨어에만 있지 않다. 국제박람회가 가장 많이 열리는 ‘박람회 허브 국가’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점이 특징이다.

프랑크푸르트의 경우 매년 15차례 정도 국제박람회가 열린다. 특히 매년 10월에 열리는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은 전 세계 도서 저작권의 25%가 거래되는 세계 최대의 도서시장이다. 독일의 도서관은 이런 문화 소프트웨어의 기반 위에 물적 인프라까지 갖추며 독일 지식사회의 기반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독일의 뿌리 깊은 지방분권주의 전통은 2개의 주립 도서관(Staatsbibliothek)에서도 빛을 발한다. 베를린 주립도서관과 바이에른 주립도서관은 국가 도서관 못지않은 규모와 보유 장서를 자랑한다.

베를린 주립도서관의 경우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도서관으로 통했다. 특히 이곳에 소장돼 있는 1만8300권의 필사본과 32만 건의 자서전, 100만 쪽에 달하는 각종 지도 자료는 독보적이다.
 

뉴요커는 결혼도, 이사도 도서관에 묻는다

대중밀착형 미국 도서관

박신홍<jbjean@joongang.co.kr> | 제96호 | 20090111 입력
 
미국 도서관은 하드웨어(건물)와 소프트웨어(운영체계)에서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①시애틀의 랜드마크인 시애틀 공공도서관 전경(사진 제공=건축사진가 남궁선).
영화 ‘섹스 앤 더 시티’에서 주인공 캐리가 멋진 웨딩드레스를 입고 등장한 곳은 바로 뉴욕 공공도서관이었다. 인기 칼럼니스트이자 스타일리스트인 뉴요커 여성이 웬 도서관에서 결혼이냐고 반문할 만하지만 이 도서관은 지난해 뉴욕 웨딩 매거진이 ‘뉴욕 최고의 결혼식 장소’로 선정할 만큼 꿈의 예식장으로 꼽히고 있다. 내부가 화려하고 값비싼 인테리어로 꾸며져 있어서가 아니다. ‘뉴요커들이 가장 사랑하는 공공장소’라는 상징성이 도서관의 주가를 한껏 끌어올렸다.

뉴욕 공공도서관은 대중과 호흡하는 미국 도서관의 대표적 사례다.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 초판본, 토머스 제퍼슨의 ‘미국 독립선언문’ 초고, 조지 워싱턴의 고별사 친필본 등 4000만 점 이상의 자료를 소장해 양과 질에서 세계의 어느 유명 도서관 못지않으면서도 문턱이 낮고 취업·의료 정보 등 시민에 의해 활용되는 분야가 넓기로는 단연 세계 최고다. ‘뉴욕 시민을 길러내는 곳’ ‘뉴욕을 빛내는 지식의 보물창고’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②뉴욕 공공도서관 정문 앞에 자리 잡고 있는 사자상. ③뉴욕 공공도서관 내부. 열람실은 늘 이용자들로 붐빈다.
야구 모자에 턱시도 입은 두 사자상
맨해튼 번화가에 자리잡은 그리스·로마 양식의 웅장한 석조 건물인 도서관 입구에는 두 마리의 사자상이 떡 버티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 때 세워져 인내(Patience)와 불굴(Fortitude)로 이름 붙여진 사자들은 도서관과 시민을 하나로 묶어 주는 ‘살아있는’ 아이콘이다.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가 프로야구 경기를 할 때는 각각 양팀의 모자를 씌워 뉴요커들의 관심을 증폭시킨다. 도서관 안에서 공사가 진행되면 사자들 머리에 헬멧을 씌워 놓고, 시내에서 큰 페스티벌이 열리면 사자상에 턱시도를 입혀 놓는다. “사자들 때문에 맨해튼을 떠날 수 없다”는 열성팬도 상당수다.

④영화 ‘섹스 앤 더 시티’의 결혼식 장면. ⑤미국 의회도서관의 원형 열람실. 가운데는 개인 열람실이고 주위는 소열람실과 전시실로 구성돼 있다. ⑥3개 의회도서관 건물 중 가장 오래된 제퍼슨 도서관 전경. 1897년 의사당 뒤편에 독립건물로 처음 지어졌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오드리 헵번을 흠모하는 작가가 자신의 책 제목이 적힌 목록카드를 카드함에서 꺼내 그녀에게 보여주는 장면으로 유명한 본관 3층 목록실, 로라 부시 여사가 어린이들에게 구연동화를 들려주곤 했던 어린이 서고 등 이야깃거리가 풍성한 실내공간도 한둘이 아니다. 영화 ‘투모로우’에서 쓰나미와 한파가 밀려올 때 뉴요커들이 뉴욕 공공도서관을 마지막 피난처로 삼은 것은 도서관에 대한 시민의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대중과 함께 호흡하기’의 또 다른 통로는 85개의 지역 분원이다. 뉴욕시 곳곳에 자리한 분원은 지역주민들과 밀착 호흡하며 각종 정보와 편의를 제공한다. 의료건강정보센터와 직업정보센터가 대표적이다. 전국의 수많은 일간지 구인란을 모두 모아놓아 구인자의 천국으로 불린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도 대학 졸업 후 미드 맨해튼 분원에서 직장 정보를 찾았을 정도다. 온갖 분야의 지역정보도 한데 취합해 놓아 ‘뉴욕에서 이사를 하면 먼저 도서관에 가보라’는 게 정설처럼 돼있다. 지역 공동체의 정보 허브로 확고히 자리잡고 있는 셈이다.

공공도서관의 근본 취지에 맞게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프로그램도 활발하다. 다문화 사회를 맞아 이민자 대상 무료 영어교실을 운영해 호평을 받았다. 잡지 ‘뉴요커’는 “자유의 여신상이 이민자에게 희망의 등불이었다면 공공도서관은 그 희망을 실현해 가는 공간이 되고 있다”고 썼다. 전자정보화 시대의 ‘정보 약자’들에게는 훌륭한 정보 접근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녹음자료 도서관은 10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한다. 헬렌 켈러도 수시로 이곳에 들렀다고 한다. 세계 수준의 연구도서관과 지역밀착형 분원의 공존 모델을 통해 단순히 책을 대출하는 장소에서 시민과 늘 호흡하고 상호 교류하는 생활공간으로 진화해 가는 모습이다.

96년 문을 연 과학산업 비즈니스 도서관(SIBL)도 인기다. 창업준비자, 중소기업 경영자, 개인투자자 등에게 방대한 규모의 자료를 체계적으로 제공해 ‘뉴욕 경제의 엔진’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도서관 건설에는 막대한 돈이 들지만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혜택에 비하면 사소한 비용에 불과하다”며 도서관 예찬론을 폈다. 이런 공공도서관이 미국 전역에 1만5000여 개가 있다. 미국 내 맥도널드 햄버거 점포 수보다 많다.

세계 최대 규모의 미 의회도서관
미국 도서관 하면 의회도서관을 빼놓을 수 없다. 워싱턴DC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서관으로 책꽂이 길이만 850㎞나 된다. 서울~부산을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도서관 주변 경관, 원형 열람실, 320개 황금빛 장미로 장식된 돔, 지식의 등불을 밝히고 있는 여신상 등 볼거리도 풍성하다.

한국관의 장서수는 24만 점에 달한다. 13세기 목판자료, 19세기 고서와 문학작품 초고본, 한국전쟁 전후 남북한에서 발행된 신문·잡지 등 한국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귀한 자료가 가득하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취임식도 이곳에서 열렸다.
 

마그나 카르타 원본서 다 빈치 노트까지

역사자료형 영국 도서관

윤창희<theplay@joongang.co.kr> | 제96호 | 20090111 입력
 
영국을 대표하는 도서관은 런던 소재 영국도서관(British Library·BL사진)이다. 국립도서관으로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수집관 중 하나다. 이곳에는 책, 국회의사록, 신문, 잡지, 소리, 지도, 그림 등 세계의 갖가지 언어로 된 1억5000만 점 이상의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단순히 책뿐 아니라 역사 박물관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진귀한 자료들이 많다. 1998년 런던에 세워진 세인트 판크라스 본관은 아름다운 건축물로 영국의 지성과 문화를 상징한다.

건물로 들어가면 왕의 도서관(King’s Library)으로 불리는 6층 높이의 유리탑이 솟아있다. 1760∼1820년 재위한 조지 3세의 소장 저서를 쌓아 놓은 것이다. 여기에는 근대 헌법의 토대가 된 마그나 카르타(대헌장)의 원본을 비롯해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최초 인쇄본,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노트 등 진기한 자료들이 풍부하다. 동양 자료 중에는 중국 최고(最古) 인쇄물로 서기 868년 왕개가 찍어낸 ‘금강반야바라밀경’도 소장하고 있다.

도서관 서가를 이용하려면 회원증을 만들어야 하는데 간단한 서류만 준비하면 외국인도 즉석에서 만들 수 있다. 1000석 이상의 개인 좌석에 편안한 책상과 의자로 명성이 높다. 도서관 곳곳에서는 문화의 향기도 듬뿍 느껴진다. 1층에 마련된 공식 전시관을 비롯해 층층마다 소규모 기획전이 연중 열리고 있다. 순수 도서관뿐 아니라 박물관과 미술관을 겸한 종합 문화공간으로 불릴 만하다.

이 도서관은 연간 총예산 중 75% 이상을 정부 재정으로 충당하는 국가 도서관이지만 운영 면에서는 자율성을 보장받는다. 영국에서 연수한 홍정순 국회도서관 홍보협력과장은 “직원들의 신분이 공무원이 아닌 점과 도서관이 상당 수준 자율적으로 운영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영국의 국가도서관은 BL을 중심으로 2개의 특수 도서관으로 이뤄져 있다. 각종 신문자료를 모은 신문 도서관(The British Library Newspaper Library)과 문헌제공센터(The British Library Document Supply Centre)가 그것이다. 특히 문헌제공센터는 런던의 중앙관과는 330㎞가량 떨어진 요크셔에 위치해 있지만 방대한 자료 수집으로 유명하다. 과학기술 관련자료와 사용빈도가 낮은 자료들이 주로 보관돼 있는데,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2만 명에 달하는 세계 각국의 연구자에게 연간 약 400만 건의 문헌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해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다. 영국 의회도서관은 하원 도서관(House of Commons Library)이 유명하다.

이 도서관은 연구조사실을 두고 의원들에게 현안에 대한 각종 자료를 제공하는 한편 신규 의원 보좌관들의 교육도 맡고 있다. 순수한 입법 지원조직으로 출범해 대국민 서비스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지만 최근 들어 시민들에게 개방 폭을 점차 넓혀가는 추세다.
 

만화서 라면까지, 전문도서관만 1800여 곳

한 우물 파기형 일본 도서관

도쿄=박소영 특파원 olive@joongang.co.kr | 제96호 | 20090111 입력
 
일본 도쿄에 위치한 다마미술대학 도서관 내부. 깔끔한 실내와 탁 트인 창밖 풍경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이용자들에게 인기가 높다.
지난해 말 일본의 만화 애호가에게 낭보가 날아들었다. 메이지(明治)대학이 애니메이션·만화·게임과 관련된 책과 자료를 모은 ‘도쿄 국제만화도서관’(가칭)을 도쿄 지요다(千代田)구에 세우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2년 전 개관한 교토(京都) 국제만화뮤지엄을 제외하고는 만화와 애니메이션·게임을 집대성한 변변한 자료실이 없던 실정이었다. 메이지대는 만화책과 애니메이션 잡지는 물론 개인 수집가에게서 다양한 자료를 모아 ‘만화대국 일본’에 걸맞게 이 분야의 본격 연구 거점으로 만들 계획이다. 30년 전 일본 최초의 만화도서관인 ‘현대 만화도서관’을 세운 나이키 도시오(<5185>記稔夫) 일본 만화학회 이사가 평생 모아 온 20만 권의 만화잡지와 단행본을 기증하는 등 만화 애호가의 반응도 뜨겁다.

일본은 이렇게 한 분야의 자료를 집중적으로 모아 둔 ‘전문 도서관의 천국’이다. 일본 전문도서관협의회가 3년마다 발표하는 전문 정보기관 총람(2006년판)에 따르면 일본의 전문 도서관과 자료실은 1800여 개에 달한다. 여성 배우 전용극인 다카라즈카(寶塚)와 전통 가부키(歌舞伎) 등 무대공연 연구의 총본산인 이케다(池田) 문고, 신문·잡지·방송 등 미디어 매체 자료를 모은 사이토(彩都) 미디어도서관, 도쿄 우에노의 국제어린이도서관 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는 쉽게 구하기 어려운 외국 의회 자료나 각 분야의 희귀 자료를 분야별로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인기다.

전국 전문 도서관 가이드북도 나와
현대사회가 복잡·다양해지면서 전문 도서관도 다양화하고 있다. 처음엔 정치·경제·사회 분야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엔 문학·예능·만화·요리·패션·관광 등으로 영역을 넓혀 가고 있다. 도쿄 지요다구와 주오(中央)구 등 도심에 있는 전문 도서관만 32개에 이른다. 자동차도서관·음식문화도서관에 기계공업도서관도 있다. 전국의 전문 도서관 가이드북이 별도로 존재할 정도다.

세계 최초로 라면을 개발한 닛신 식품이 신주쿠(新宿) 도쿄 본사에 만든 ‘음식도서관’은 음식 관련 장서 1만 권 중 라면과 소바·우동·파스타 등 면류 관련 책만 1000권 넘게 소장하고 있다. 전국 라면 전문점 가이드북부터 에도시대와 메이지 시대 등 시대별 소면 변천사까지 국수에 관한 모든 자료를 모아 놨다.

도쿄 메구로에 있는 재단법인 야마하음악진흥회 자료실은 클래식과 팝을 망라한 2만3000점의 악보와 CD를 가수별·작곡가별로 정리해 뒀다. 도쿄 지요다구의 일본경제사연구소에는 180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발간된 8000여 개 회사의 사사(社史)를 보관하고 있다. 문학도서관도 ‘일본 근대문학관’ ‘하이쿠(俳句)문학관’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일본에서 전문 도서관이 활성화된 배경에는 대를 이어 한 분야를 연구하는 장인정신과 오타쿠(매니어)를 인정하는 일본 사회의 독특한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모든 것을 기록하고 후세에 자료를 남기는 꼼꼼한 국민성, 여기에 책을 가까이 두고 즐겨 읽는 독서문화도 한몫한다. 일본 정부도 적극 지원한다. 일본 국회는 2005년 문자·활자문화진흥법을 제정하고 전문 도서관 확대 예산을 별도 배정했다. 매년 10월 27일부터 약 2주간을 독서주간으로 지정하는가 하면 2010년을 국민 독서의 해로 정해 책과 신문 등 활자매체로부터의 이탈을 막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최초 도서관은 1300년 전 생겨
도쿄 우에노(上野)공원에 가 보면 거대한 유리 케이스 안에 들어 있는 벽돌 건물과 마주하게 된다. 2002년 개관한 일본 최초의 국립 국제어린이도서관이다. 최초의 현대식 도서관인 제국도서관(1906년) 건물을 35년 증축해 국립국회도서관 지부 우에노 도서관으로 사용해 오다 97년부터 6년간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安藤忠雄)의 대대적 리노베이션을 거쳐 2002년 어린이도서관으로 재탄생했다. 건평 6671㎡에 지하 1층, 지상 3층의 르네상스 양식 건물이다. 국내외 어린이 책과 관련 연구 서적 등 약 40만 권의 장서를 소장하고 있다.

‘어린이 책은 세상을 잇고, 미래를 개척한다’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아이들이 독서의 즐거움을 체득할 수 있도록 공간을 꾸민 점이 특징이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책 배치와 시대별 그림책 열람실, 유아·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어린이 방, 세상을 알아보는 방, 이야기 방 등 도서관 이용 목적과 연령에 따라 다양한 코너를 마련하고 있다. 취학 전 어린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 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도서관을 안내하는 견학 코스도 주 2회 마련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국립도서관 예산 중 1억5200만 엔(약 22억원)을 편성, 국제어린이도서관 신관 건설 계획을 마련했다. 2012년엔 지하 4층, 지상 3층의 신관 건물이 들어서 총 80만 권의 어린이 관련 책을 소장한 세계적 어린이 전문 도서관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일본 도서관의 원류는 710년대 나라(奈良)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문인이던 이소노가미 야카쓰구(石上宅嗣)가 세운 운테이(芸亭)다. 이후 12세기 가마쿠라(鎌倉) 시대 책들을 모은 가나자와(金澤) 문고가 세워졌고, 17세기 에도 시대에는 대여책방이 도서관의 역할을 했다. 1800년대 후반 메이지 시대에 도서관령이 공포되면서 공공도서관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지금의 도서관 시스템은 60년대에 확립됐다. 일본도서관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은 3100개에 달한다.
 

“정확한 정보가 주어졌을 때, 민주주의가 실현된다”

美·日 도서관 20곳 다녀온 유종필 국회도서관장

구희령<healing@joongang.co.kr> | 제96호 | 20090111 입력
 
“미국 의회도서관은 어마어마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습니다. 단 한 번만 쓰이더라도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거죠. 그들에게 도서관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파수꾼이었습니다.”

유종필(사진) 국회도서관장은 아직도 신선한 감동을 느끼는 듯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10~16일 미국과 일본의 주요 도서관과 관련 기관 20곳을 방문하고 왔다.

-도서관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지킨다는 것인지.
“워싱턴DC의 뉴스박물관 ‘뉴지움’ 벽을 보면 ‘사람들에게 사실을 알게 하라, 나라가 평안할지니(Let the people know the fact, the country will be safe)’라는 링컨의 말이 한눈에 들어온다. 일본 국회도서관도 ‘진리가 우리를 자유케 하리라’가 모토였다. 미국과 일본은 의회도서관이 국가 도서관 역할을 한다. 국가가 국민에게 정보와 사실을 속이고 잘못된 전쟁 등의 과오를 범하지 못하도록 의회가 국민에게 정확하고 공정한 정보를 제공할 때 민주주의가 실현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의 도서관과 다른 점이 많았나.
“도서관이 시민의 삶 속에 녹아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뉴욕 시민은 뉴욕 공공도서관이 만들어 준다고까지 하더라. 숨죽이듯 조용한 게 아니라 시끌벅적하게 살아있는 도서관이었다. 하얀 수염을 기른 할아버지가 동화책 낭독 봉사를 하는 것도 봤다.”

-세계의 도서관들이 네트워크를 이루는 게 추세다.
“우리 국회도서관 단말기를 통해서만 이용할 수 있는 석·박사 학위논문 등 각종 전자정보를 해외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다. 현재 미국 의회도서관과 예일대·스탠퍼드대, 영국에 있는 한국문화원 등에 단말기를 설치했다. 이번 방문 때 미국·일본 주요 도시의 한국문화원에도 단말기를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왔다.”

-글로벌 시대라 외국 도서관도 한국어 책은 이미 갖추고 있는데.
“있지만 적다. 미국의 경우 일본인·중국인 사서는 있는데 한국인 사서는 보기 힘들었다. 한국어 책이 적어서 그런 것이다. 뉴욕 인근에 한국인이 60만 명 거주한다. 전주시가 뉴욕에 있는 거다. 그런데도 뉴욕 공공도서관 한국어 섹션엔 책이 너무 적고 그나마 일본 무협지 번역본 같은 것뿐이었다. 그쪽에서 우리에게 책을 더 보내 달라고 하더라. 우리는 연간 3000권 정도를 미국 도서관에 보내는데 일본은 2만 권을 보낸다고 한다. 이 격차를 줄여야 하는데 예산만으로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대기업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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