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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시대의 책읽기 ▶ 도서관2.0와 웃는 이야기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많은 모습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달라지고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도서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온라인 카탈로그의 등장으로 더이상 예전에 사용하던 목록 카드를 사용하지도 않을 뿐더러 최근에 도서관을 이용하기 시작한 이용자들은 목록 카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엇인가를 읽는다는 우리 인간의 오래된 행동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과연 우리의 읽는 행동이 달라지지 않았는지 아니면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아도 글자를 읽는 우리의 방식도 서서히 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볼까 합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해 사람들은 훨씬 더 많이 읽게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 동영상이나 음악을 즐기는 분들도 많으시지만 과거 텔레비전을 바보 상자라 부르며 그것에 대해 경고하던 시대에 비해 인터넷은 사람들로 하여금 훨씬 더 많이 그리고 자주, 무엇인가를 '읽게' 만들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각 종 뉴스를 쉽게 접하게 됨에 따라 더 많은 뉴스들을 읽게 되었고 지금 여러분들께서 읽고 계시는 블로그와 같은 매체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최근 도서관의 참고 봉사대에서 이용자들과 상담을 하며 제가 느끼는 것 중 한 가지는 이용자들, 특히 학부생들이 단행본이나 저널과 같은 기존의 학술 정보 전달 수단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다는 사실입니다. 리포트 숙제가 있어서 참고 자료를 찾는 학생들에게 저희 사서들은 주제와 관련된 책과 학술지의 논문들을 추천해 줍니다. 그런데 자주 목격되는 현상은 학생들이 인터넷을 통해 접근이 가능한 자료들을 선호한다는 사실입니다. 선호하는 정도가 아니라 만일 온라인으로 풀텍스트를 구할 수 없어서 서가에까지 올라가 책을 찾아 대출하고 지하에 있는 정기간행물실에 가서 학술지 논문을 복사해야 할 경우는 아예 주제를 바꾸어 버리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그만큼 온라인 자료들을 선호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요. 신속하게 원하는 자료를 앉은 자리에서 입수할 수 있다는 편리함이 아마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과연 학생들은 그렇게 온라인으로 입수한 자료들을 어떤 방식으로 이용할까요? 그 자료들을 인쇄해서 종이에 인쇄된 글을 읽을까요? 아니면 발견한 그대로 온라인으로 모니터를 통해 읽을까요? 과연 이 두 가지 방식의 읽기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최근 University College London의 CIBER(Centre for Information Behaviour and the Evaluation of Research)에서는  British Library 와  JISC (Joint Information Systems Committee)의 의뢰를 받아 인터넷 이용자들의 정보 이용 행태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 연구는 미래에 도서관을 이용할 연구자들을 위해 도서관에서는 어떤 서비스를 준비해야하는가 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시작되었는데요. 인터넷을 이용하는 사람들, 특히 그 중에서도 흔히 "구글 세대"라고 말하는 1993년 이 후에 태어난 세대들이 인터넷 상에서 어떤 방식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또 그 정보들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관찰했습니다. 그들이 이용하는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설치하여 이들이 온라인에서 보여주는 행동을 기록하고 그것을 통해 몇 가지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지난 1월 달에 발표된 이 연구의 결과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사실들을 알려주고 있습니다만 그 중에서도 특히 오늘의 주제인 읽기와 관련하여 조금은 걱정스러운 결과도 나타났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온라인으로 정보를 검색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횡적으로 정보를 검색하고 검색 결과를 훑어 볼 뿐 그 결과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웹싸이트 뿐만 아니라 온라인 저널이나 전자책을 검색한 경우도 한 두 페이지 이상을 읽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입니다. 한 두 페이지를 훑어 보고는 금새 또 다른 논문과 다른 전자책으로 떠나가 버린다는 것이지요. 경우에 따라서는 논문을 인쇄하거나 저장을 한 흔적도 기록되었지만 그 논문이나 웹페이지에 다시 돌아오는 확률은 극히 드물다는 것입니다. 

실제 전자 자료를 읽는 일에 쓰는 시간과 그것들을 검색하는데 소비하는 시간이 거의 동일하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연구자는 이러한 온라인 자료들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은 전통적인 읽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읽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치 전통적인 의미의 읽기를 피하기 위해 온라인 자료를 이용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말도 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이러한 방식의 정보 이용 행태는 구글 세대들 뿐만 아니라 그 윗 세대의 이용자들에게서도 똑같이 관찰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러한 연구 이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와 같은 온라인을 통한 읽기가 가져올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긴 글을 읽는 것이 더 힘들어진다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인터넷이 가져다주는 즉각성과 효율성 때문에 전통적으로 우리가 책을 읽으면서 무의식 중에 해 왔던 깊은 사고 작용을 잃어버리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즉, "읽기"는 단순히 글자를 해독하는 능력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글자가 담고 있는 뜻과 그 글자가 속한 문장 전체의 의미를 이해하고 더 나아가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내용들을 생각해 내는, 흔히 말하는 행간을 읽는 능력까지도 포함된 종합적인 것인데 온라인 읽기를 통해서는 그러한 사고 활동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와 같은 온라인 읽기는 마치 영양가 없는 텅 빈 칼로리와 같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과연 그것이 사실일까요? 물론 개인적인 취향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인쇄 매체를 통해 정보를 입수하며 자라났습니다. 그래서인지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전달은 여전히 어색합니다. "어색하다"는 말은 책을 읽을 때 제 머리 속에서 이루어지는 연상 작용과 사고 활동이 모니터를 통해서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블로그에 글을 올일 때에도 다른 프로그램에서 글을 적고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어 본 후 최종적으로 포스팅을 합니다. 글에 따라서는 올리기 전에 인쇄하여 읽어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혹시 블로그나 웹페이지 혹은 게시판의 글이 길어지면 자기도 모르게 다른 글로 넘어가는 경우는 없습니까? 그리고 긴 글을 다 읽는 경우에도 그 웹페이지의 글을 꼼꼼하게 글쓴이의 생각을 따라가며 하나하나 읽어 보십니까? 혹시 온라인 상에서 발견한 글 중에서 정말 좋은 내용이다 싶은 글은 프린트해서 읽으신 경험은 없으신지요? 같은 내용의 글을 모니터를 통해 읽을 때와 인쇄해서 읽을 때 각각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경험을 하신 적은 없으십니까? 

만일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읽기와 오프라인 읽기의 차이를 경험했다면 과연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요? 많은 학자들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이 문제에 대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만 최근 이야기하는 원인 중의 한 가지는 바로 집중의 문제입니다. 책과는 달리 온라인 매체를 접하는 컴퓨터에는 이용자의 집중을 막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컴퓨터에서 멀티 태스킹으로 돌아가고 있는 이메일 프로그램이나 메신저 프로그램 그리고 각 종 플래쉬 광고 및 팝 업 윈도우 등 모니터내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글을 읽는 사람들의 집중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입니다. 특히 청소년들의 컴퓨터 사용하는 방식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는 것이지요. 음악을 들으며 동영상을 보고 또 동시에 인터넷 상의 글을 읽고 친구들과 채팅을 하며 숙제를 한다는 겁니다. 

물론 예전에도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보며 어른들께서는 어떻게 음악을 들으며 공부를 하느냐고 야단을 치셨지요. 그렇게 본다면 지금의 아이들이 하고 있는 멀티 태스킹은 그와 유사한 것이라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앞의 경우, 음악은 책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기능을 할 뿐이고 '이용자'는 책을 읽거나 숙제를 하는 행위는 집중을 할 수 있는 반면 최근 컴퓨터를 통해 이루어지는 아이들의 멀티 태스킹은 예전에 비해 훨씬 집중력을 떨어뜨린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숙제를 하다가 이메일이 오면 이메일을 열어 확인을 하고 또 메신저를 통해 채팅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실제 읽고 쓰는 행위에는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보는거지요. 그리고 그러한 행동의 방식이 다른 온라인 정보를 접하고 그것을 읽을 때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것입니다. 설사 그 컴퓨터에 다른 프로그램이 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데도 이미 디지털 정보라는 사실 그것 때문에 동일한 방식 즉, 집중하지 않은 상태에서 읽고 이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이러한 주장은 책에 익숙해서 자라난 세대들의 관점에서 본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직은 자라나고 있는 이 구글 세대가  생각하는 이 문제는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Power Browsing" 이라고 이름 지어진 온라인 "훑어 보기" 습관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인터넷을 이용하는 어른들에게도 나타나는 양식이다 보니 또 다른 이유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혹시 "정보의 바다"니 '전세계의 정보가 내 손 끝 안에 있다"는 말들을 곳곳에서 접하면서 우리는 이 '정보'에 너무 집착을 하는 것은 아닌지요. 그래서 실제 그 정보에 대해 깊이 생각하거나 그것의 진위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정보를 입수했다는 것 한 가지 만으로 마치 내가 그것을 이해했고 그 정보는 내 것이 되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요. 그리고 한정된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입수할려고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깊이 생각하는 읽기가 아니라 그저 훑어 보는 읽기가 되는 것은 아닐까요? 마치 기말 보고서를 쓰기 위해 참고 자료와 논문들을 잔뜩 복사해 두고는 마치 보고서를 다 쓴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말입니다. 

제가 도서관에서 학생들에게 학술 정보 검색에 대한 강의를 할 때마다 마지막에 꼭 덧붙이는 말이 있습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연구를 위한 책이나 논문을 찾았으면 그것들을 제대로 읽으라는 것입니다. 그것들을 읽다보면 자신의 생각이 정리가 되고 또 그렇게 되어야 논문을 쓰던 보고서를 쓰던 무엇인가를 할 수 있지요. 아울러 그렇게 읽으면서 새로운 자료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아이디어도 생깁니다. 

저는 위에서 언급한 온라인 훑어보기의 습관이 모든 사람들, 그리고 모든 주제의 글읽기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런 식의 깊이가 얕은 읽기 습관을 가진 분들이 이전에 비해 많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몇 개의 원인이 그런 습관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가 접하는 정보에 대해 좀 더 깊이 읽고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런 습관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종이로 된 책과 그것을 집중하여 읽는 일이 아닐까요? 특히 우리 아이들에게는 컴퓨터와 인터넷에 대해 가르치는 것과 동시에 책을 읽는 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단지 글자를 읽는 것이 아니라 그 글자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또 그것을 자신의 생각과 연결하여 더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주자는 말입니다. 

과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정보를 입수할 수 있는 수단은 많이 늘어났습니다. 전통적인 책과 그것을 기반으로 한 각 종 신문과 잡지, 20세기에 들어나타난 텔레비젼과 영화 , 그리고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을 응용한 각 종의 디지털 정보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가 있지요. 하지만 그러한 정보를 받아들여서 생각하고 판단하여 그것들을 자신의 일부로 만들어서 드는 수단은 한 가지 밖에 없습니다. 인류의 탄생이래 우리와 함께 존재해 온 우리 머리 속에 있는 대략 500그램 정도의 두뇌, 그것이 유일한 수단입니다. 각 종의 신기술을 익히는 것도 중요합니다만 인류가 탄생한 이래 꾸준히 가져온 이 오래된 기술, 즉, 생각하는 기술도 가르쳐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것을 가르쳐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종이 책을 읽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아래에는 이 포스팅을 위해 참고한 기사와 책들입니다. 물론 기사는 인쇄해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글에 쓰인 이미지는 Information behaviour of the researcher of the future의 최종 보고서 표지에 쓰인 그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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